보이지 않거나 혹은 볼 수 없거나
코로나가 남긴 사회적 거리두기
♠ 중-필-베 3국 생활하면서
아이들 키우고 일도 하는
맘갓드입니다.

같은 배경
다른 그림

그렇다
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의 여정
삶의 배경은
늘 같은 자리
그 같은 배경이
어느 날은 회색빛이되고
어느 날은 찬란한 총 천연색이 되고
그 같은 배경은
코로나로 인해
하루에 확진자가 천명가까이
쏟아져 나오거나 말거나
항상 그 자리를 지킨다
보이지 않는 바이러스
볼 수 없는 바이러스
그러나
그로인해 가려진 벽들
넘어서면 안되는
분명한 경계선들

한 달 만에 나선 거리는
필리핀 락다운 단계 GCQ 전환 이후
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
분주하다
뿌연 미세먼지도 아니고
눈으로 보이지도 않고
눈으로 볼 수 도 없는
바이러스 때문이니
오늘 보니
코로나가 창궐했나...
의심이 들만큼
거리가 활기차다
그런데,
마치 코로나가
내 귓가에 대고
" 나 아직 살아있으니 조심해~!! "
경고라도 하듯이
마트 계산대를 보호한 비닐장막이
내 뒤통수를 후려친다
물건을 사고
물건값을 계산하고
값을 지불하는 사이에
굳이 서로 긴 영어와 긴 대화따위가
필요도 없긴 하지만
오늘따라
캐셔와 맘갓드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
저 비닐막....
엄청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

계산대 비닐막이 신기해서
사진으로 하나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
비닐때문에 잘 모르겠지... 하고
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
몰~래 후딱 찍은 사진...
캐셔가 알아채고 말았다..ㅠㅠ
눈빛이 심상치 않다...ㅎㅎ
1초 2초 3초....
어색한 순간이
비닐막을 가운데 두고 흘러간다..ㅠㅠ
타이밍을 놓쳤다
미안하다~
사과했어야 하는데...ㅠ
어슴프레 비치는 비닐막 핑계로
그냥...
모른 척
고개를 돌려버렸다...ㅎ
생각해보면..
그 찰나의 순간에
쏘리~
짧은 한마디라도 전했어야 하는데...
너와 나 사이에 있었던 그 비닐막이
이렇게 큰 간극을 만들어내다니..ㅠ
사회적 거리두기를
마음으로나
행동으로나
제대로 잘~~ 지켜(?)버린 셈이다
이 코로나 사태의 끝 어디매쯤에서는
우리에게 보이지 않거나
우리가 볼 수 없거나
깨닫거나
깨닫지 못하거나
사회적 간격들이 많이 생길텐데...
그 간격과 틈이
과연
이 삶의 같은 배경을
어떤 다른 그림으로
채워 나갈 것인가...
서로를 의심하고
서로를 경계하고
서로가 서로를 불편해하는
그런 그림이 그려질지
그렇기에
더 품어주고
더 이해해주고
더 믿고 신뢰해주는
찬란한 총천연색의 그림으로 채워질지
전적으로 그 배경을 채워나갈
우리 손에 들려진 붓의 몫일테니
내 손에 지금 들려진 붓은
어떤 붓일까...
도촬을 해서 미안타...
인사말 한번 못하고 돌아서버린
오늘 맘갓드 손에 들려졌던 그 붓은
계속 사용해도 될까...ㅎㅠ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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